매거진 재회

새로 시작하는 프롤로그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새로 시작하는 프롤로그

생을 관통하고 있는 바람에 적응하기란 대단치 못한 각오면 되었다. 삶을 향해 이는 바람은 세기를 구분해서 적당한 대응을 해야 한다. 힘들이지 않고 맞아도 무방한 산들바람은 쾌적하게 즐기면 된다. 겪어낼 준비가 필요한 비바람은 냉기와 습기가 침범하지 못하게 할 우비와 꺾이지 않을 큰 우산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급이라면 재빨리 대피를 해야 한다. 항거불능의 강력한 힘에 맞서면 필패다. 잘못하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불어대는 바람과 어울리며 싸움을 회피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생의 깊이를 단단히 지켜야 할 황혼의 바람을 맞는다. 지켰던 것들을 지켜내고 여전히 지켜야 할 가치가 손상되지 않을 정도의 격랑이 없이 그럭저럭 견딜만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모한 긍정을 가장해 경험의 뒤에 서지는 않으려 한다. 가슴을 펴서 닥쳐올 모든 바람의 종별에 적절히 호응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다시 쓰는 프롤로그의 지혜가 범상치 않도록 행간을 채울 것이다. 고됨에 막히지 않고 안일함에 지체되지 않을 연륜을 체험해 나갈 것이다. 경험한 바람과 겪어갈 바람은 결코 동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다시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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