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생을 충전시킨다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지하철에서 생을 충전시킨다


마른장마가 일찍 물러가고

더위폭군이 삶을 전방위로 지치게 한다.

땀알레르기를 건조시키다

수분을 빼긴 피부가 퍼석거린다.

객차의 덜컹임에 매달린 손잡이의 흔들림에

몸의 중심을 맡긴다.

역 하나를 지날 때마다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들을 따라 공간이 우수수 빠져나간다.

빈자리가 간혹 보이자마자 새로 들어온

손님들이 재빠르게 자리를 채운다.

몸의 빠르기가 가야 할 시간의 편익을 보장한다는 것은

달갑지 않지만 기필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리가 나거나 말거나

나는 앉을 의사가 없기에 무신경이다.

덜컥 덜컥 소리에 맞춰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순간이 좋아서 지하철을 탄다.

전력의 힘을 쏟지 않고서도 최대로 떨림을 감지하며

움직이고 있는 상태가 정중동을 유지시킨다.

가끔 지하철을 타는 것만으로도

나는 생의 긴장감을 이처럼 충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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