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비멍
바람이 부는 동안에는
외롭다는 자각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비가 내리면
적당히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어진다.
밤부터 시작해서 다시 밤이 오고 있는데도
비는 지체하지 않고 줄곧이다.
비가 한나절 계속될 때부터 진작 멀어졌던
기억들이 충만해져 외로움이 도져버렸다.
기왕 빠져들 거라면 저항하지 않고
단단히 충만해져 버려야겠다.
시문학과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들어왔다. 에세이시집 #나는편식주의자입니다 외 17권의 책을 냈다. 생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기 위해 뜨겁게 달려온 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