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중입니다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잔소리 중입니다



북극한파에 점령당한 지 여러 날째,

웅크린 채 냉기의 기세에 눌려있던

날짜를 손에 꼽다가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냉기류는 여전히 물러나기를 거부한 채

맹렬한 기세를 키우기만 한다는 예보 이후로

한파에 적응해 있는 마음가짐을 인정했기 때문일 겁니다.

적응은 마음에 이는 바람과 같습니다.

거스를 수 없다고 여겨지면 주저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자존감 따위 내던진 채로, 불어대는 바람에 순응하듯

납작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다만, 고집부려가며 끝내 지켜내야 할 소중한 날은 오늘입니다.

간절히 바라보고 싶은 그러나 올 기미가 분명하지 않은

미지의 어느 날은 뇌호흡처럼

상상의 이미지로 간수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미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지난날은

짐작 가능한 가슴에 품고 살아야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이불을 끌어 목까지 덮은 채로 안식을 찾아 공중을 부유하다

나뭇가지에 붙자마자 현실에 정착하듯 얼어버리는

함박눈에 이유도 모르게 눈자위가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춥다는 핑계로 최소한의 꼼지락만에 익숙해져

1월이 지나가고 2월을 맞이해야 할 엇갈림의 시간에

잘 살아가려면이라는 상투적인 단서를 달고서

나에게 잔소리 중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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