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시작
8월의 뜨거움이 절정인 날이었다. 광복절이 지난 다음 날 2주 전에 이미 잡혀 있던 라운딩을 마치고 첫 만남의 장소를 향해 부지런히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속력을 올리면서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알 수는 없으나 막연한 끈이 잡아당기고 있는 것처럼 가는 길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옷매무새를 다듬으러 들어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한여름의 라운딩이 선물한 후폭풍에 아연해지고 말았다. 조심한다고 여러 번 덧칠해 선크림을 바르고 평소 잘 쓰지 않던 모자도 끝날 때까지 벗지 않았지만 장렬한 태양빛을 거스를 수는 없었나 보다. 벌겋게 익은 얼굴과 손등을 감출 수가 없다는 것에 절망감이 들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도착해 있다는 문자를 보낸 채 손부채질로 얼굴에서 나는 열을 덜어내고 있을 수밖에. 그녀는 정해진 시간이 되어서 도착했다. 2층에서 내려다보며 차에서 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이 툭, 하고 멈추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그녀였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사람처럼 눈에 들어왔다. 낯섦의 익숙함. 인연은 찾아다닌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나게 되어있는 인연은 어느 날, 어느 순간 운명처럼 서로를 끌어들이게 되어있다. 오랜 시간 그토록 찾고 있었던 이상형이었다. 내 가슴을 향해 밀고 들어오고 있는 오늘의 인연을 맺어야 하는 중요한 시간이 온 것이다. 옷깃을 하늘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이 텅 비었다. 잠시 멈췄던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손에선 진득하니 땀이 배어 나오고 식히기 위해 노력했던 얼굴의 열감이 다시 더 뜨거워졌다. 차라리 햇빛에 익은 얼굴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보여준 미소에 붉게 빰이 달아올랐다는 것을 들키지 않아서. 화사하지만 단아했다. 살짝 입술을 가리며 웃는 모습은 내 긴장감을 이완시켜주었다. 눈동자에서는 빛이 나는 듯 내 눈을 부시게 했다.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에 대화를 할수록 나는 안정이 되어갔다. 버벅거리던 말이 논리를 찾아갔고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는 나를 조금씩 드러낼 수 있었다. 첫 만남이었다. 연애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