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 속력을 더하다
양가의 집을 오가고 나니 한결 편해졌다. 그녀의 집에 인사를 가는 날 나는 마치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처갓집을 찾아가듯 편안히 들어가 넙죽 절을 했다. 만면에 웃음기를 띠고 절을 받아주는 아버지, 어머니가 살가웠다. 그러나 그녀는 시가가 될 집을 향해 가는 차 안에서 긴장감에 몸을 부들거렸다. 처가와 시댁의 차이점일까? 파르르 떠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연신할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절차를 마쳤다. 이제 속력을 내야 할 때다.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절차와 형식을 아름답게 갖춰주고 싶다. 대충대충 새 삶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이제 내 세상 안으로 들어올 가장 고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몰웨딩을 야외에서 하기로 하고 장소를 섭외하고 웨딩 대행업체와 미팅 날짜를 잡았다. 미팅을 하는 날 결혼식 절차를 설명 들으며 스튜디오 촬영을 촉박한 시간에 예약해야 했다. 결혼식 날에 맞추기 위해서 속도에 속력을 더해야 했기 때문이다. 2020.11.15일 일요일 12시 담양 퀸즈 캐슬. 우리의 결혼식이다.
10.10일 스튜디오 촬영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의 일정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메이크업샵에 07시에 도착 난생처음 메이크업을 했다. 얼굴 위에 얇은 가면을 쓰고 있는 듯 이물감이 느껴졌다. 09시에 스튜디오에서 촬영 미팅 후 실내 촬영을 시작하고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허기를 채우고 곧바로 앨범에 넣을 사진 선택을 시작해야 했다. 석양이 지면 옥상에서 밤 촬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환하게 웃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카메라 앞에서 웃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기만 했다. 처음엔 입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웃다 보니 카메라만 들이대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포즈가 나왔다. 셔터가 터지는 소리에 익숙해지며 환하고 예쁜 미소를 짓는 그녀의 즐거운 시간에 동화되었기 때문에 더 잘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백합보다 순수하고 향기로웠다. 스튜디오가 온통 그녀 하나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드레스를 갈아입을 때마다 그녀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노을이 지고 있는 옥상에서 야외 촬영까지 마치고 어둠이 깊어진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몸은 피로에 젖어 무거웠지만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면서 가슴 뜨거워졌다. 이제 앨범 사진이 완성되고 모바일 청첩장이 나올 것이다. 그녀가 내가 친 울타리 안의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