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를 짓다

새글 김경진 연애기

by 새글

보금자리를 짓다


일정을 짜 놓고도 바쁘기만 했다. 시월의 마지막 날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두 집의 살림살이를 합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먼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이삿짐을 이삿짐센터에 맡기고 새로 들어갈 집의 인테리어를 3일 동안에 끝내야 했다. 그 과정 중에 계약서를 쓰고 받고 금전을 치르고 받는 일은 기본적인 사안이라 번거롭다는 생각을 아예 접어두어야 할 일이다. 바닥재를 고르고 블라인드를 고르고 드레스룸의 형태며 기자재를 선택해야 했다. 이후엔 공사일정이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사무소며 공사업체와 시간 조율을 해야 했다. 이삿짐이 들어오는 시간을 맞춰줘야 하고 에어컨, 인터넷, 정수기 등등 설치 스케줄을 조절해야 했다. 많은 이사를 해봤지만 나이 지긋해져서는 더 이상 이사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내 생애 마지막 이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햇살 좋은 시월의 마지막 날 오후 두 시, 마침내 이삿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전제품의 자리를 잡아 주고 침대와 소파 그리고 책상과 책들. 부피가 큰 것들부터 차례로 제 자리를 잡아갔다. 새로 인테리어를 해놓은 집이 들어오는 가구들과 제법 잘 어울렸다. 이사를 마치기 전 미리 시간을 내서 시월 이십구 일 남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다음날 새집으로 전입신고를 마친 아내의 얼굴이 함께 살 보금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실감이 나는지 비로소 상기되어 있었다. 쓸고 닦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내의 뒤를 따라다니며 조심하라고,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어느새 나는 잔소리꾼이 되어있었다. 우리가 남아있는 생을 함께할 보금자리가 그렇게 지어졌다. 마음과 몸이 먼저 부부가 되었고 이제 법적으로도 완전한 가정을 이뤘다.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내와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둘만의 사랑을 약속하는 결혼식이 곧 다가온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우리 둘만의 결혼식이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속도에 속력을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