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멋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속멋


날이 좋으면 좋아서, 궂으면 짓궂음을 탓하며

날씨에 연연하지 않고 기대는 날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나름의 낭만에 빠져

차분히 걷는 사색을 즐거워했습니다.

눈이 오면 숯 눈을 먼저 밟아 보겠다고

새벽 산보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바람은 등을 밀어주는 친구였고

찬란한 햇살은 눈부신 아름다움을 선명히 보게 해주는

눈호강을 시켜줄 애인이었습니다.

이제는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게 날의 변화를 따라

하늘에 순응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천지사방을 나대며 겉멋이 들어 살았었습니다.

누군가 허세스럽다고 흉을 보면 순수했다고

정당함을 내세우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실소를 흘리는 회상을 합니다.

흔들림이 없이 나의 시간을 단단히 지키고 있습니다.

쓴맛, 단맛의 시간을 살아내고 나서

겨우 속멋이 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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