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 다이어트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욕구 다이어트


과잉이 병의 근원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필요 이상을 섭취한 몸은 비대해지고 움직임이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면서도 계속 맛집을 찾아다니고 먹방에 매료되어 있다. 식욕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과도한 소유욕이 더 비싼 집을 원한다. 명품 줄 서기를 한다. 예뻐 보이고 싶어서, 멋져 보이고 싶어서 과하게 치장을 하고 성형을 한다. 욕구가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 삶 자체가 욕구다. 욕구는 의욕이 되기도 하고 의지로 굳어지기도 한다. 생의 근원이 욕구로부터 시작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고 싶다는 것, 하고자 한다는 것이 모여서 조직을 만들고 다양한 조직들이 어울려서 사회를 이룬다. 욕구는 모두에게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 모든 욕구는 생명력 있게 어우러지고 표현될 가치가 있다.


다만 과잉이 문제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의 욕구 충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범죄가 된다. 양심이 없어진다. 규범을 어기게 된다. 지나친 식욕이 만들어낸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더 좋은 곳에 살고자 하는 욕망이 낳은 수도권의 아파트 값은 비수도권의 사람들이 진입할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강남과 강북은 이미 현실판 계급이 되었다. 상대적 박탈감의 욕구에 감정이 무너진 사람들은 이익이 보장되지 않은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몰린다. 이 역시 과한 욕구의 잉여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지방도시의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 불만스럽지 않다. 가끔 근처에 개울이 흐르는 산을 뒷배경으로 작은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살 수 있는 곳을 염탐하기는 한다. 창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소나무 한그루를 심어 호젓함을 동무하고 싶다. 매화도 한그루, 꽃사과도 한그루 심어 꽃 요기를 하고 싶다. 텃밭의 푸성귀에 물을 주고 밥때가 되면 한 움큼씩 뜯어내 겉절이나 쌈을 해 먹고 싶다. 그 정도 욕구는 나에게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해준다.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참는다. 먹고 싶어도 너무 비싸거나 많으면 먹는 것을 포기하거나 조금만 먹는다. 욕구가 꿈으로 자리를 옮겨 있기 때문이다.


꿈에서 벗어나 있어도 어두워지면 돌아가 편한 옷차림으로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삶이다. 정성을 최대한 품은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려 주는 사람과 마주 않아 먹는 음식은 다른 어떤 밥상보다 맛있다. 하고 싶은 것을 줄이며 살려고 한다. 하고자 하는 것을 솎아내며 살고자 한다. 지금을 만족하지 않으면 마음에 병이 도지기 시작한다. 욕구 과잉은 결국 마음병이다. 잉여를 탐내지 않는 다이어트가 삶의 질을 개선해 줄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불만으로부터 환원시켜 건강수명을 연장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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