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마다 시

귀천

천상병

by 새글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날시예감

젊은 날에 이 시를 읽는 느낌과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걸음 더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가까워졌다.

애틋한 추억은 그대로 품고, 그리움은 놓아주고

고역스러웠던 시간은 멀리 밀어내야 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반복이 싸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소풍과 같은 것, 힘들었거나 좋았거나

아름다운 날을 살아온 것이니 하늘의 부름을 받는 날이 오면

소풍을 마치고 미련을 남기지 않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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