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출판의 문턱은 높기도 높다. 다만, 문턱을 넘지 못한 원고는 자비출판을 선택하면 비용을 들인 만큼 낮아진다. 출판은 결국 경제의 영역이다. 예술이 아니다. 글을 쓸 때까지가 예술이다. 책으로 엮을 용기를 냈다면 예술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 자본이 예술을 삼킨다. 상품성이 있어야 책으로 만들어진다. 순수문학이라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구걸이다. 정책보조금 신청을 하고 선정될지 알 수 없는 막연한 기다림도 구걸이나 매한가지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고 초조한 기다림으로 희망을 품고 있을 시간에 출판사에서는 팔리지 않을 글이라고 여겨지면 창고에 페기 되거나 평가대상에서 버려진다. 어쩌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버려지기도 할 것이다.
출판의 세계에서 유명인이라면 줄을 서서 기다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판매부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름 꽤나 알려진 인사는 명패만 걸고 대필작가가 쓰는 원고가 태반일지도 모른다.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고 문학공모에 당당히 당첨되지도 못한 작가는 자비출판으로 돌아서야 겨우 활자로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글이 한눈에 띠어서 메이저급 출판사에서 출간을 할 수 있는 초보 작가는 극히 드물다. 은하수에 있는 별따기다.
출판사가 문학과 예술을 응원하는 지킴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돈이 안될 글을 높이 평가해주지 않는다. 번지르하게 출판사 방향과 맞지 않아서, 출판 예정인 동류의 내용을 담은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이 되고 있어서 출판할 수 없다고 퇴자를 놓는다. 퇴자를 놓는 이유라도 알려주는 출판사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곳이다. 물론 글이 함량 미달이어서 일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갑이 돼볼까 생각 중이다. 내 글은 내가 책으로 내는 출판사, 갑질은 오직 나에게만 하는 출판사를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