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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16. 2021

김수영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날시예감

김수영 시인의 풀은 가장 대표적인 현대 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70/80년대를 지내온 세대는 거의 모두가 이 시를 한 번쯤은 낭송해봤을 것이다. 가장 연약한 존재지만 가장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과 의지를 가진 풀은 대중, 민중의 다른 이름으로 풀이가 된다. 바람보다도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빨리 일어나는 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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