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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15. 2021

아내의 꽃

김경진

 / 김경진

아내의 꽃

김경진



꽃들은 얼굴을 마주 볼 때 아름답다 

술패랭이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얼굴에 핀 기미꽃을 본다 

햇볕의 직사포를 피하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얼굴에 번져가는 아내의 꽃, 

사시사철 햇볕이 없을 수 없듯 피할 수 없이 

아내의 얼굴엔 피어난 꽃이 늘어간다 

아내는 몸 꼭대기에 꽃밭을 이고 다니는 것이다 

기미꽃, 죽은깨꽃, 주름꽃 

다양한 아내의 꽃밭에서 그래도 볼 위에 

살짝 얹어진 웃음꽃이 가끔씩 위안으로 피어난다 

술패랭이꽃들이 몸을 부비는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의 손바닥에 글씨를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다고 



날시예감

서른이 조금 넘었던가, 그 시절은 가난했으나 젊었고

지위가 없었으나 패기를 가졌었지.

이달의 아름다운 시로 뽑혔었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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