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날마다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글 Jun 22. 2021

알 수 없어요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 고요히 떨어지는 오

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

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

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

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날시예감

얼마나 많이 읽고 따라 썼던 시이던가.

사랑을 정화시키고 끝내는 승화시켜 낸 만해의 시는 그가 불교적 사랑에 빗대어

망국을 사랑하고 부처를 향한 믿음을 사랑했다 하더라도

연인들의 속절없는 사랑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옥같고, 꽃 같고, 등불 같은 시인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