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날마다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글 Jul 12. 2021

편지

김남조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날시예감

편지를 쓰는 것은 반드시 보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오히려 많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는 사랑하는 대상물에게

우리는 어쩌면 매일 편지를 쓰며 살고 있다.

마음을 전하고 마음을 새기고 싶어서,

외로움을 백지 위에 혹은 마음의 여백에 쓰는 것이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도, 외롭게 한 사람도,

나를 비추는 사람도 없어서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난다.

오늘도 나는 편지를 쓴다.

가슴에 차곡차곡 쌓인 편지들이 산 하나의 높이는 능히 넘을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