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꽃
기형도
내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앓는 그대 정원에서
그대의
온밤 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날시예감
꽃은 스스로 아름다운지를 모른다. 꽃은 스스로를 위하지 않는다.
꽃은 바라봐주길 원하지 않는다. 꽃은 그대를 향해 서서 그대를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영혼을 불태워 그대의 마음속에 뜨겁게 타는 꽃이 되고 싶다.
그대에게 라면 뎅강 허리를 잘려져도, 그대를 향해서라면 꼿꼿이 선 채로 살아가도 좋다.
기형도 시인도 마음의 불을 지르고 질러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깊은 검은 눈동자 속에 검은 꽃이 피어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