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태도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글쓰기에 대한 태도


글은 쉽게 써야 한다. 읽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어렵게 쓰는 글은 읽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현학적 만족을 위한 글쓰기에 지나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글이 읽히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글의 길이가 길어야 할 필요도 없다. 글쓰기의 호흡이 길다고 명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감동시키고 앎을 깨닫게 하는 글은 대게 짧고 쉽다. 이해되는 글이 명문이 된다. 감동이 있는 글이 명문이다.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글이 몇 장, 몇십 페이지를 넘겨야 할 이유는 없다. 모든 문장이 다 좋을 수 없을뿐더러 설명을 위한 사설들이 과도한 양념처럼 붙어 글의 맛을 해칠 수밖에 없다. 공감을 일으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은 몇 글자의 단어, 길어야 몇 줄의 문장이면 충분하다. 글을 화려하고 현란하게 쓰기 위해 덧칠하는 꾸밈어들이 길어지는 것은 욕심이 개입된 글쓰기에서 비롯된다. 일차적으로 글은 쉽고 길지 않게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 글쓰기에 대한 나의 태도다.


한가지를 더 한다면 글 한편만을 쓰고 죽을 것처럼 올인하지 않아야 한다. 시간 따라 생각이 바뀌기 마련이다. 생각의 깊이도 달라진다. 달라지는 생각 따라 표현의 방식도 변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좋은 문장의 기준도 바뀐다. 글쓰기는 어느 한순간에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 글 한편에 담을 수 있는 세계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의 방향이면 충분하다. 오늘 한 문장, 한 편의 글을 쓰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을 것처럼 글쓰기를 한다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과 같다. 내가 쓰는 글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는 누구나에게 유효하다. 글은 쓰고 난 이후에도 언제든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유연성이 없는 글쓰기는 독기의 발산이 될 수 있는 오류를 범한다. 글쓰기가 편협해지면 안 된다. 오늘 쓰는 한 편의 글들이 모이고 모여서 삶을 구성하는 한 권의 책이 된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절박함은 좋다. 글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욕망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 편의 글을 쓰고 죽겠다는 만용은 잘못된 것이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내가 아니듯 오늘의 글이 내일 쓰고 싶은 글이 아닐 수 있다.


나는 글을 거의 매일 쓴다. 단 한 줄이라도 쓴다. 생각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생각을 멈추는 것은 삶을 멈추는 것이다. 되도록 길지 않게 쓰려고 노력한다. 쉽게 쓰기 위해서 애쓴다. 일상어들을 끌어들여 쓴다. 글을 쓰면서 나를 감동시키고 싶다. 먼저 나를 감동시켜야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겐 글쓰기에 대한 태도가 살아가는 태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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