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생각 -전 씨 사망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죽음에 대한 생각 - 전 씨 사망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다. 2021. 11. 23 화요일.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약한 눈발이 바람 속을 유영한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다. 체감하는 추위는 사실 오늘이 가장 추운 것은 아니다. 준비된 추움이기 때문이다. 이미 추울 거라는 일기예보를 수일 전부터 받았다. 두꺼운 옷을 미리 준비했고 마음에도 한파 예비령을 내렸었다. 춥지만 춥지 않다. 준비된 상태에서 맞는 추위는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비보 아닌 축보가 전해진 날이다. 5월 광주의 원흉, 민주주의를 사살하고 최고 권좌에 오른 자. 반성 없이 끝까지 안하무인이었던 자. 학살과 고문, 부정과 부패의 끝판이었던 자의 죽음은 동정의 대상도 아니다. 애도의 대상도 아니다. 억울한 죽음들의 영혼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기를 바란다. 반성이 없는 독재자의 죽음은 축제의 날이어야 한다. 국가장이 치러질지도 모른다는 언론의 언급은 가당치도 않는 망언이다. 유력인들의 조문이라니 정신 나간 노망난 행동이다. 죽음에도 격이 있다. 외면받아야 할 죽음에 애도라니 정치적 이해타산을 이따위 죽음에서 따지면 안 된다. 이미 오래전에 인격적 사망선고자였다. 잘 죽었다.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학살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고개를 숙이는 자들의 속내를. 그래도 죽음은 애도해야 한다는 이해타산적인 망언을. 백번 죽어 마땅한 죽음에서 얻어낸 표에는 억울하게 흘린 시뻘건 핏불이 툭, 툭 떨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21. 11 23. 애도가 아닌 축배를 들어 올려야 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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