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빈집청소
들어서는 순간 빈집의 공허가
열린 문틈을 비집고 밀려 나온다.
사람을 비운 집은 닫힌 문안에 공기를 밀폐시키고
밖으로부터 순환하는 세계를 차단한다.
비어있는 공간이 정지된 진공상태다.
집은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집으로서 자격이 주어진다.
붙박이장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이사이로
빠져나간 세간살이들의 흔적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빗자루질로 남겨진 잔해들을 쓸어 모은다.
떠난 사람들의 체취를 걸레질로 밀어낸다.
단절된 세계를 다시 집안으로 들여오기 위하여
창문을 모조리 열어놓고 공간을 개방해 놓는다.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집으로 스며들어 오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반질반질하게 빈집을 쓸고 닦는다.
아림을 새겨놓은 채로 떠나가버린 이들을 대신해
빈가슴을 채워줄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듯 경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