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무등산에서
어둠을 신호로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산기슭을 따라 내려오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빗방울들이 서로의 몸을 부딪쳐야 될 정도의 강풍이
사선으로 떨어지는 액체에 쇳소리를 씌운다.
캄캄한 공간을 찢어발기며 번개가 천둥을 끌어들인다.
폭우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아름들이 나무가
소란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듯 마음이 안달이나
주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어쩌지 못하겠다.
잊을만하면 기억의 바닥을 차고 튀어 오르는 이의 얼굴이
금속성의 물질들끼리 서로를 긁어대듯 소름을 돋게 한다.
휴면을 위해 찾아들어온 민박집에서
한겹의 이불을 정수리까지 덮어쓰고
심란해진 채로 빗소리와 대치중이다.
마음을 회오리치게 하는 과거사는
품고 살만한 추억이 아니라고 진저리를 치면서
식은땀이 베인 손바닥을 비비며 간절해진다.
의식의 뒷면에 똬리를 튼 채 분해되지 않고 있는
사랑했던 이에게서 시작했던 상흔들이
폭우가 그친 산능선같이 말끔하게 정화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