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라면을 끓이며


급하지 않은 허기가 밀려오면 뱃속보다

마음이 허전해서 라면이라도 먹어줘야 한다.

하루에 한두 끼 먹는 것마저 소화를 다 시키지 못하는

위장의 상태가 부담스러워 한 끼의 포만감으로

불만족스러운 배고픔을 채울 생각 같은 건 처음부터 아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얼큰한 국물을 휘휘 저으면서

뜨거운 면발을 들어 올려 훈김을 얼굴에 쏘여주며

펴지지 않으려는 주름진 생애의 고독을

퍼질수록 늘어지는 라면발처럼 밀어내고 싶은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 늦은 겨울밤,

주방에서 일부러 찌그러뜨린 양은 냄비를 긁어대는 소리에

곤히 잠든 아내의 낮은 코골이가 멈출까 조심스럽지만

뜨끈한 국물을 다 마시기 전까지는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급하게 채워야 할 허기가 아닐수록

허전함을 채워주는 주식으로 라면만 한 식도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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