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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r 21. 2024

그러려니

새글 에세이시

그러려니


포기는 아니라고 우겨본다. 체념이다. 포기나 체념이나 거기가 거기라고 하면 달리 우기고 싶지는 않다. 어감의 차이라 쳐도 포기보다는 체념이 받아들이기 편하다. 자존심이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달관이라고 살짝 방향을 바꿔봐도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자기만족을 한다. 뜻하지 않은 이별 후의 나는 이처럼 감정이 느슨해지고 말았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항상 괜찮지가 않았다. 괜찮은 척을 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움직이지 못하는 한 표정을 바꾸고 행동을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괜찮아질 리가 없었다. 마음에 상흔을 찍어놓고 지내야 하는 사람의 숙명이다. 한동안 다른 곳에 정신을 판 채 정신없이 살다가도 상처가 간지럽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려 하는 습성을 일부러 만들어 가지만 역시 잠시의 멈춤이 있으면 생채기가 부분을 몸이 기억해 낸다. 그러려니, 일부러 상기시키지는 않지만 생각이 나면 외면하지 않으려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오래 입어 몸에 맞는 옷처럼 편하게 받아들인다. 물빨래를 하고 세탁소에 드라이를 맡겨도 내가 지닌 본래의 체취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그리움에게는 그러려니 굴복하는 것이 마음 덜 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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