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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l 16. 2024

옻을 탔습니다

새글 에세이시

옻을 탔습니다


옻 알레르기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지나치리만큼 옻과는 멀리 하고 지내는데 한 번의 방심으로 옻을 타고 말았습니다. 피부에 붉은 반점들이 발진을 시작하고 가려움증이 스멀스멀 기어 다닐 때에야 먹었던 음식들을 역추적해보게 됩니다. 큰맘 먹고 값이 나가는 황칠나무백숙으로 몸보신을 한다고 주문을 하고 거위다리만 한 닭다리 한쪽을 차지할 때까지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뿔싸, 보신의 마지막은 죽이라고 부른 배에 억지로 후식닭죽을 말끔히 비웠는데 옻수액이 죽에 섞여있었나 봅니다. 머리를 시작으로 팔다리에 미열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더위를 먹어서 온몸이 나른할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목이 점점 부어오르고 발목과 허벅지와 팔뚝이 눈에 띄게 붉게 달아오르면서 내 면역세포와는 공존할 없는 옻을 탔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병원을 찾아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지만 한동안 옻이 오른 상태로 가뜩이나 습도가 높은 여름더위와 부대껴야 합니다. 잘하고 있다는 과신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문제를 일으킵니다. 문제가 없을 의심의 강도를 높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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