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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재회

파업 중입니다만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파업 중입니다만



열사의 경지까지 오른 체온을 보유한 채

한철을 넘겨야 하는 곤혹스러움에 빠져 있다.

배불리 먹어도 속이 허하고

평소보다 턱없이 오랜 시간을 자도

깨어있는 시간 내내 눈꺼풀이 무겁다.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에 감염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고 속이 느글거리기도 한다.

이러니 한 문장의 글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한

보통의 조건마저 귀찮아서 휴업 중인 거다.

벼락처럼 쏟아지는 햇빛 아래를 싸돌아 다니다

꺼멓게 그을린 얼굴과 팔뚝으로는

도무지 마음을 차분하게 추슬러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기세가 등등한 폭염이 역대 최장 기간을 지속하고 있는

오늘의 날씨에 대항하려는 시도는 아예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버티는 것마저 얼마나 버거운가.

감정과 뇌 기능마저 녹초가 된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질 떨어지는 핑계를 댈 수밖에.

끌어낼수록 낭비 같은 의욕을

억지로 부리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파업 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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