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출발이 서툰 연인들에게
처음부터 완전한 출발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다. 성급하게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려 하면 화음이 깨지기 마련이다.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속도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가며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느림은 만족감을 곧바로 채워주지는 않지만 삶을 충실하게 살찌우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임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
나를 희생해서 상대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은 하지 말자. 우주의 중심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로 귀결되어야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주변의 그 누구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먼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해라. 그런 다음에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쌓아놓은 행복을 나눠주는 것이 살아가는 바른 자세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옳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도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변사람들 역시도 스스로를 제일로 공경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이라면 먼저 손을 내밀어 자기부터 공경해 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공경이 충분하다면 다음으로 지금 곁에 있고, 계속해서 곁을 지켜 줄 이를 나 다음으로 공경해 주면 된다. 섣부른 공경과 배려는 허례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다툼을 만들기도 할 것이므로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하나의 삶을 내려놓고 둘의 삶을 공유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시간뿐만이 아니다. 생활을 해야 하는 공간도, 바라봐야 하는 시선도, 열어가야 하는 앞날의 세계도 서로가 비슷한 생각으로 공유해가야 한다. 바라보고 원하는 것이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을 것이나 엇비슷해져 가야 한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각자의 공간을 지키면서도 교집합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매사와 매일을 적당히 물러서고 알차게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출발이 서투른 것은 당연하다. 다른 생각, 다른 환경이 짧은 시간에 융합할 수는 없다. 서로를 맞춰가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맞잡은 손의 따뜻함이 둘이서 함께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 손으로 전하는 온기에는 지치지 않을 사랑이 베여있다. 끝까지 같이할 것이란 믿음을 뿜어낸다. 오늘 잡고 있는 손의 온기를 삶의 시간이 허락된 끝까지 기억 속에 저장해 놓고 자꾸자꾸 반복해서 되새김질하기를 바란다.
물끄러미 보지만 가슴에는 한없이 따뜻함을 품고 있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