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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대왕 Jun 17. 2020

매일 맞는 아이

학원의 역할 - 보습의 의미

학원의 제1의 역할은 '보습'이다. 보습은 크게 2가지의 의미가 있다.


1. 補習

일정한 학과 과정을 마치고 학습이 부족한 교과를 다시 보충하여 익힘.


2. 保濕

피부에 습기를 오랫동안 보존하여 피부의 열감, 가려움, 건조함 등의 불편을 줄여주고 부드럽게 만듦.


한자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부드러워지게 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학생의 부족한 교과를 보충하여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학생이 시험과 입시에서 잘~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학원이다. 또한 건조한 피부에 습기를 보충해 주듯 두려움이 많은 학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공간 역시 학원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최근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을 정규 수업 외 별도로 봐주고 있다. 영어보다 국어가 시급한 학생으로 yesterday 어제를 '어재'라고 쓰는 굉장히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이다. 이 학생을 봐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혈압이 오를 때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딱하고 가엾어 어느 날에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물어볼 날이 있었다.


"엄마, 아빠한테 많이 혼나지?"

"네."

"얼마나 혼나는데?"

"거의 매일 혼나요."

"어떻게 혼나? 많이 맞니?"

"네, 엄청 맞죠."

"어떻게 맞는데?"

"어렸을 때는 골프채로도 맞았고, 요즘은 등 때리고 싸대기도 때리고..."

"뭣 때문에 그렇고 혼나고 맞아?"

"누나랑 싸우기도 하고 지난번에는 바닥에 물 떨어졌는데 안 닦아서 혼났고요..."

"에휴..."


이 대화를 시작으로 이 학생은 학원 올 때마다 과거와 최근에 혼난 일을 나와 스스럼없이 나누게 되었다. 듣다 보니 정말 매일 혼나는 학생이었다. 오늘은 큰누나랑 싸웠다며 티셔츠를 들어 올려 할퀴어진 상처와 멍을 보여 주었다.


"집에서 혼나지 말고 와."

이 말을 듣고 씩 웃으며 이 녀석은 가방을 메고 학원 문을 나섰다. 어휘력이 부족하지만 '트라우마'는 알고 있는 이 녀석에게 집에서 혼날 때마다 나에게 와서 말하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누나들만 예뻐하고 본인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요즘 나를 보면 웃는다.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이러쿵저러쿵 주말에 있었던 일을 나에게 털어놓는다. 엄마와 아빠가 본인한테 했던 말,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빨리 크는 수밖에 없겠네."

이 말을 하고 행여 오해를 할까 봐 설명을 엄청 해댔다. 복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네가 성장하고 독립하여 너만의 삶을 꾸리라는 뜻이다. 이 녀석은 알아들은 척을 해댄다.


학원은 '두려움'을 없애는 공간이다. 그 두려움은 특정 교과목일 수도 있고, 가정사가 녹아든 개인의 아픔일 수 도 있다. 오지랖을 떨고 싶지 않지만 녀석의 얼굴을 보면 그래도 긴장감이 좀 없어진 듯해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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