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아에이오우
참새인지, 처마가 이어지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아침에는 한바탕 떠들다가 다 날아간다. 저물녘이면 다시 돌아와 한참 시끄럽다가 어느새 조용해진다. 새들도 잠을 잔다.
작업실 지붕은 함석으로 메워져 있다. 여름에는 열기에, 겨울에는 한기에 시달리지만 바람을 타고 이파리가 굴러가는 소리는 여러 음이 뒤섞여 일을 잠깐 멈추게 만든다. 함석지붕의 바람 소리는 노래하는 합창 소리다.
중학교 때 우리 반의 전체 인원이 60여 명이었는데, 발성 연습을 하면 온갖 소리가 났다. 음악 선생님은 중년의 여자분이셨다. 가는 금테 안경을 쓰고 항상 곱게 화장을 하셨다.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을 날렵하게 치며 ‘아에이오우’를 먼저 부르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따라 부르라고 하신다. 듣기 좋은 음이 절대 나올 수가 없다. 목청 터져라 크게 크게 부르던 ‘아에이오우’. 큰 음에서 점점 줄어들어 ‘오우’까지 오면 길게 끌며 가라앉는다. 60여 명이 모두 다른 소리를 낸다. 결국 오늘 배울 노래를 선생님 혼자 부르시고, 우리는 수업이 끝났다고 손뼉을 쳤다.
함석지붕 위에서 나는 소리가 나를 그 먼 옛날로 이끌었다. 새들도 이 음을 듣겠지. 자기 집이 바로 지붕 귀퉁이이니깐. 잠을 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