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국 발자국

# 14

by 김경옥

오로지 자나 깨나 아이들, 그들의 재롱과 웃음에 울음에 ‘왜 세상 사람들이 관심이 없지? 의아해하며 순간순간의 행복에 도취되어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추억을 만들자! 추억뿐이다. 나이 들면 추억으로 산다.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건 추억뿐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 발을 깨끗이 씻겨 발바닥을 찍었습니다.


유화물감이 묻으니 싫어했습니다. 나 혼자 흥분해서 이리저리 달래가며 손바닥을 찍었습니다. 비싼 액자에 끼워 거실에 걸어놓고 손님들이라도 오시는 날엔 그들의 시선만 따라 다녔습니다. 자랑스러움에 자신만만(?)해서 가슴은 마냥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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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피고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눈사람도 만들고 염천의 바람도 지나가고 인생의 사계절은 가끔 오락가락했지만 아이들의 손발은 쑥쑥 컸습니다. 커다래진 발로 뚜벅뚜벅 급한 듯 모두 떠나가고 어릴 때의 손자국, 발자국은 그대로입니다. 몇 번 가져가라고 말을 했는데도 ‘나중에’라고 합니다.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추억을 위해 만든 손자국, 발자국은 창고로 쓰는 방에 갇혀 있습니다. 나 떠나면 그네들이 분리수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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