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 32

by 김경옥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싱어와 나무를 빗대어 생각해보았습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싱어는 같은 처지인 안토나 풀로스와 서로 의지하며 삽니다. 그러나 안토나 풀로스는 먹는 것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요양소로 떠나게 됩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유리창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싱어는 열심히 수화를 하는데 안토나 풀로스는 먹는 것만 챙기느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떠나는 버스를 쳐다보는 싱어의 눈에는 붉은 눈물이 곧 흐를 것 같습니다.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목구멍 속으로 온몸으로 자신의 삶을 힘껏 삼킵니다.


혼자가 된 싱어는 요양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가정집의 2층 방을 빌리게 됩니다. 아버지의 사고로 생활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을 내놓은 소녀 믹 갤리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에 방황하고 절망하고 외로워합니다. 소녀는 2층으로 올라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싱어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싱어는 ‘다 알아’ 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웃어줍니다.


소녀가 좋아하는 레코드판을 구입해 크게 틀어놓고 체스를 하며 믹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싱어’라는 나뭇가지 주위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제이크 블라운트, 흑인들의 불행과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며 성심껏 도와주는 흑인 의사 코플랜드, 그의 딸 포사, 포사의 남편… 그들은 여름날 땡볕에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은 듯이 ‘싱어’라는 커다란 나무 아래로 모여들어 자신들의 아픔을, 외로움을 토해내고 토해냅니다. 싱어는 그저 빙긋이 웃으며 ‘다 안다’는 듯이 그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내던져 듣는 그에게 사람들은 폭포수같이 말을 해댔고, 그는 온몸으로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위로를 받고 절망과 싸울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싱어의 외로움, 그 지독한 고독을 알지 못했습니다. 요양원에 있는 친구에게 가는 것이 유일하게 그의 외로움을 씻는 일입니다. 글씨를 모르는 안토나 풀로스에게 편지를 쓰고, 면회 날을 기다렸다가 먹을 것을 사서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날도 어느 날처럼 요양소를 찾은 그는 친구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미친 듯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친구의 무덤을 빙빙 돌다가 슬프다는,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권총으로 자신의 외로운 가슴을 쏩니다.


싱어의 눈에 눈물이 어리면 나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그 두려움과 고독은 그가 되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오직 그의 고독입니다. 오직 그만이 아는 고독입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나무, 나무는 성스럽습니다.

나무처럼 살다 간 싱어, 나무는 고독합니다. 싱어는 고독합니다.

노래 잘하는 꾀꼴 새. 말 잘하는 앵무새가 된 싱어는 오늘도 튼튼한 나뭇가지에 앉아 세상을 향해 평화의 노래를 불러줍니다. 대지의 여인의 품에 안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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