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51

by 김경옥

하얀 종이에 펜으로 그린 크리스마스 그림이 재미있게 한 장 한 장 썰매를 타듯이 넘어갑니다. 루돌프 사슴코, 산타 할아버지, 눈 쌓인 크리스마스트리, 여러 모양의 정성스러운 선물 꾸러미, 마차 자국 깊숙한 골목길을 비추는 따뜻한 가로등… 흡사 눈 위에서 기도하듯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듯 커다란 눈송이가 쏟아지는 장면이 좋아서 그 시절 사람들의 여유로운 마음씨와 여자들의 옷 모양, 생활상이 좋아서, 무엇보다도 수호천사가 좋아서 자주 보는 흑백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멋진 인생>을 처음 보고 나서 ‘나에게도 수호천사를 보내주세요’라고 기도해보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 영화를 봤을 때는 ‘나에게도 수호천사가 있다’고 최면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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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수호천사입니다. 책이나 영화에서처럼 신비스럽게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오늘도 나만의 수호천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길에서, 버스에서, 음식점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타고 내리는 비행기에서, 그때그때마다 웃으며 거들어주는 수호천사들이 있었습니다. 또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보석 같은 음악도 수호천사입니다. 겹겹이 두른 수호천사 틈에서 살면서도 삶이 무겁다고 합니다. 수호천사는 고통 중에서도 다른 삶을 시작하게끔 인도해줍니다. 천사들이 날 수 있는 것은 마음이 가볍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비워지고 내려놓으니 수호천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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