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나무들 이야기가

#52

by 김경옥

내 작업실은 벽제 시립묘지 바로 앞입니다. 어디를 보나 봉긋한 무덤뿐입니다. 그 사이로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꽃을 비롯하여 갖가지 꽃들의 향연이 벌어집니다.


요즘은 뻐꾹새도 한참 신이 났습니다. 하루 종일 노래자랑 하듯 목청들을 뽑습니다. 한쪽에는 밀밭 옆에 혼자 걷기에 적당한 오솔길이 있어 점심 먹고 가끔 걸었는데 며칠 안 간 사이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동안 풀과 꽃들이 놀랄 만큼 무럭무럭 자란 것입니다. 한번은 걷다가 죽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질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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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 그 수많은 세월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무덤 주위의 장례행렬, 통곡하는 소리, 안타까워 같이 울기도 했겠지. 울며불며 무덤을 떠나는 상객들을 배웅하고 하늘의 하얀 달빛과 더불어 어둠이 깔린 무덤을 지켰겠구나. 뜨거운 햇볕에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에는 낙엽으로 덮어준 지난 세월이 얼마인데 이젠 나무도 쓰러졌습니다. 한참이나 나무를 바라보다가 무덤을 바라보다가 했습니다. 무덤 옆에 얌전한 보라색 꽃이 보입니다. 무덤을 지키는 지킴이 같습니다. 비석의 뒷부분을 가끔 읽어보는데 1930, 1940, 1950년대가 꽤 있습니다. 시대적으로 깜깜하고 메말랐던 시절입니다. 가난과 혼돈의 검은 그림자가 뒤덮었던 시대, 젊은 나이에 이곳에 온 인생은 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부모님은 지금은 다 안 계실 테고, 그가 살아 결혼을 했다면 환갑노인이겠죠. 어디서 나비가 왔다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적이 마음을 놓으면서 내려왔습니다.


‘인생이 백 년을 못 채우건만 언제나 천 년 근심 품고 사누나.’

중국 위진 시대에 나오는 한시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근심걱정 내려놓고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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