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장관, 글의 장관

#71

by 김경옥

TV를 통해 세계의 오지를 가봅니다. 수만 년 전 바다에 쓸려온 모래가 산이 되었다가 암석으로 남았습니다. 빛을 따라 암청색의 여러 동물의 형상이 됩니다. 빙하가 녹아 물이 되고 그 물이 암벽을 깎아 평지가 됩니다. 물빛 그대로의 에메랄드 빙하입니다. 색깔이 오묘합니다. 빙하가 번개 치듯 소리 내며 쓸려 내리면서 큰 바위의 위치를 바꿉니다. 살아 꿈틀거리는 빙하, 미끄럽고 울퉁불퉁한 빙하 위를 걷는 법은 먼저 간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 그 누구의 안내랍니다.


빙하와 빙하 사이의 파란색의 깨끗한 물, 그 차가운 물속에 이름 모를 작은 곤충 한 마리가 신기하고 신기합니다.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살까, 외로울까?


시계탑의 사연(뜨개질하다).JPG


똥오줌은 제일 더러운 물건이다. 그러나 밭에 거름으로 쓰일 때는 금싸라기와 같이 아끼게 된다. 말똥, 소똥을 줍는 자는 망태를 둘러매고 말꼬리를 따라 다녔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똥을 거름 간에다 쌓아두는데 네모반듯하게 쌓거나 혹은 여덟 모로 혹은 여섯 모로 혹은 누각 모양으로 쌓아올린다. 맵시가 장관이다. 민간에서 담을 쌓을 때 어깨높이 위쪽으로는 깨진 기와 조각을 두 장씩 마주 놓아 물결무늬를 만들거나 네 조각을 모아 동그라미무늬를 만들거나 네 조각을 밖으로 등을 대어 붙이면 옛날 동전 구멍 모양을 이룬다. 기와 조각들이 서로 맞물며 만들어진 구멍들이 영롱하고 안과 밖이 마주 비치게 된다. 깨진 기와 조각을 내버리지 않자 천하의 무늬가 모두 여기에 있게 된 것이다. 어찌 장관이 아니겠는가.


‘깨진 기와 조각이 장관이요, 냄새 나는 똥거름이 장관이다’라는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크고 멋진 사물에 눈길이 빼앗깁니다. 여행지를 가면 멋진 산과 들판, 화려한 궁궐, 옛 성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연암은 깨진 기와 조각과 더러운 똥오줌이 실질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참된 가치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자연이 주는 엄청난 신비로움, 인간은 상상할 수도 없고 만들어낼 수도 없는 장관들, 세월 따라 자연은 자연에 순응하며 삽니다.


TV 세계테마기행, 오지탐사 프로그램에서 자연의 멋진 장관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아름다움의 극치만 신비함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연암의 ‘장관’ 글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글의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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