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놀이와 작품하기

#66

by 김경옥

투박한 나무 좌대 위에 축축한 점토를 올려놓습니다. 감정도 형태도 색깔도 없는 점토 앞에 놓고 탐정놀이를 시작합니다. 단서는 오르골 하나입니다. 예민한 청각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열면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하얀 종이 위에 춤추는 인형들이 가득합니다. 이것은 그림의 반복을 통해 사용하는 가장 오래된 암호입니다. 춤추는 모양이 알파벳으로 풀어집니다. 직접 그린 종이는 없어지고 연필 자국이 남아 있는 밑장의 하얀 종이를 형광소금 용액에 담갔다가 말린 다음 자외선으로 사진을 찍으면 눌린 자국이 용액을 덜 빨아들이기 때문에 프로젝터에 사진을 놓고 불을 켜면 다른 부분보다 훨씬 진하게 보이면서 원본대로 나오게 됩니다. 88개의 피아노 건반 숫자를 생각해내고 세 번째 책장, 책들 뒤에까지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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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흙덩이가 변했습니다. 36개의 건반에서 흐르는 음 하나하나에서 소리가 나옵니다. 암호가 나옵니다. 그리고 암호가 풀려 범인을 알게 됩니다. 나는 오늘의 탐정이고 오르골에서 나오는 아름답고 오묘한 사랑스러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귀를 빌려주세요. 호기심과 상상과 궁금증은 하나가 되어 나에게 꿈을 줍니다. 꽁꽁 숨긴 것, 나무뿌리처럼 엉켜 있는 것은 암호를 풀듯이 풀어봅니다. 잘 되지 않습니다. 궁리 끝에 암호를 거꾸로 돌려보니 풀어집니다. 아주 작은 힌트도 소홀하게 넘기지 않고 파고들어갑니다. 범죄장소에서 아무도 안 보는 것을 관심 있게 봅니다. 평범한 것도 비범하게 보고 익숙한 것도 새롭게 봅니다.


탐정 증거물이 기둥이 됩니다. 주위를 살피며 덧붙여갑니다. 뭔가가 떠오르면 그것이 비현실적인데도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허구와 현실 속을 잘 헤엄쳐 나가는 것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는 작가가 보는 세상이 있고 그들의 시선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특별한 곳이 아니라 평범한 곳에서 자기 세상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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