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전도서(1:6)
작년만 해도 겨울을 붙잡고 아등바등했습니다. 활짝 열려진 여름과 달리 겨울엔 온 동네가 일찌감치 가라앉습니다. 일찍 어둠이 오면 문이란 문은 모두 꽁꽁 닫고 커튼을 죽죽 내려 안팎을 차단합니다. 작업실에서 붉은 노란색의 불꽃이 한참 이글이글 타오르면 탁탁 마른 장작이 타는 소리와 오래된 놋쇠 주전자에서 물이 픽픽 소리를 내며 끓어오릅니다. 그럴 때면 내 안의 그 무엇이 이글이글거리며 금방 튀어나올 것 같은 숨 가쁜 착각에 빠집니다. 인근 무덤을 넘어서 무섭게 불어오는 바람이 창문을 사정없이 때려도 끄덕하지 않는 함석지붕 아래에서 깊은 평안을 느낍니다.
이 겨울의 꿈은 길고 흡사 이광수의 소설 ≪꿈≫ 같은 그런 긴 꿈을 꾸고 싶습니다. 아침에 깨어나면 새 사람이 되어 새로이 근사한 작품을 하고 있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봄이 되면 달콤한 꿈들은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고 찬란한 봄볕에도 싹이 올라오지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