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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Sep 06. 2018

우리 시대의 연애론

보이지 않는 영원




우리 시대의 연애론 



나의 치기어린 투정이 투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백기를 들고 투항하기보다 심술궂게 폭탄을 안아버리는 저열한 인간관계의 종지부. 철이 들때마다 마음속 무거운 쇠를 녹여 종을 만들고 그 소리 은은하길 바라며 밤의 빈틈을 메울때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인생의 종소리를 위하여 몇날몇일 만들었던 종을 깨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다시 시작하는 것. 


은은하고 은근한 소리를 찾기 위하여 매일 술잔을 들고 그들끼리 맞닿는 순간의 교성을 숨죽여 듣는다. 소리를 담아 입속에 털어넣으면 온몸으로 퍼지는 탄성. 하늘도 찢어버리려는 듯이 발톱을 세우는 꽃들에게 묻는다. 마음 속에 들어찬 공간의 균열을 위하여 꽃들이 선택한 행위들 그 자체에도 사랑이 있는가. 어떤 그리움으로 활짝 피었는가. 묵묵부답. 


심통이 나서 울퉁불퉁한 관계의 길을 불통으로 만들고 벽에 낙서를 하거나 괴롭히거나 하는 모든 행동들이 관심이라는 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때 무관심 또한 병임을, 극단과 극단은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와도 같은 것임을. 결국 별다를 것이 없으나 다른, 그러나 너무도 완벽하게 똑같아서 다른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극단을 만들고 허수아비인형으로 극을 올린다. 지푸라기 같은 나의 자아와 내가 아닌 자아가 전쟁을 일으킨다. 전쟁은 투쟁이 되고 연극은 현실이 되어버린다.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는 연기지망생의 몸짓과 말투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어찌보면 익숙하지 않은 것이고 어찌보면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투정도 투쟁으로 보고 전의를 불태운다. 우리 시대의 연애론.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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