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의 매니저, 폴 프렌터에 얽힌 진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위대한 록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와 밴드 퀸(Queen)의 전기 영화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과 퍼포머스가 화려한 영화였지만, 필자는 일종의 직업병인지 몰라도 프레디 머큐리의 불행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물로 그려진 폴 프렌터(프레디 머큐리의 개인 매니저)에 눈이 갔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과연 폴 프렌터가 실존 인물인지가 궁금했다. 영화에서 폴 프렌터는 시종일관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최근 인물(프레디 머큐리, 1946-1991)에 대한 전기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또는 그 가족 등 관련인)이 생존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특정 인물에 대해 이와 같이 단선적으로 악역 묘사를 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그런데 영화 관람 후 검색해보니, 예상과 다르게 폴 프렌터는 실존 인물이었다.
검색 결과, 폴 프렌터가 프레디 머큐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어느 정도는 사실인 듯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중요하게 묘사된 사건들은 사실이 아닌 것들이 많았다. 가령 폴 프렌터가 프레디 머큐리로 하여금 밴드매니저인 존 리드를 해고하게 했다든가, 프레디 머큐리를 퀸의 나머지 멤버들과 멀어지게 한 내용은 픽션이었다. 실제로 프레디 머큐리는 존 리드를 해고한 사실 자체가 없고,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멤버들은 불화가 없었고 늘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폴 프렌터가 실존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폴 프렌터 측에서 이의 제기를 해봄직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아무리 영화 장르이더라도,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 영화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폴 프렌터 입장에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영국의 경우는 아니지만, 실제로 국내에서는 법원이 실존 인물에 대해 허위 내용으로 방송한 역사 드라마와 관련해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명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폴 프렌터에 대한 다음 정보를 접한 순간, 많은 사람의 노고가 집약되는 영화를 제작하려면 철저한 사전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깊게 깨달았다. 폴 프렌터는 20년 전에 사망하였는데, 가족이 없이 사망하여, 법적으로 이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제작사가 이러한 사정을 계산에 넣고 스토리를 설계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폴 프렌터가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쩐지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름은 죽어서도 꿋꿋이 남는데, 이승에 그 이름을 보듬어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외롭고 헛헛한 기분이었다. 이름 지키자고 그 많은 사람들이 자손을 남기는 건 당연히 아닐 테지만, 어쨌든 유족들이야말로 나의 사후에도 내 편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사자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쟁점과도 이어진다.
죽은 자의 명예는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가
우리 형법은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과연 이 규정이 ‘죽은 사람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유족의 추모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를 두고는 견해 대립이 있다. 법문상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유족이 없는 경우에도 여전히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사자의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에 반해 ‘유족의 사자에 대한 추모감정’을 보호법익으로 보자는 견해도 있는데, 근거로 사자는 사람이 아니므로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이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인데, 고소권자가 원칙적으로 친족 또는 가족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든다. 친족, 가족 등 고소권자가 없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의해 검사가 10일 내로 고소권자를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많은 것 같지 않다. 어쨌든, 죽은 자는 아무리 명예를 훼손당했더라도, 실제적으로는 고소를 할 수도 없고 민사 소를 제기할 수도 없다.
최근 전두환씨가 사자 명예훼손죄로 광주 법원에서 재판받는 것이 연일 보도가 되었다. 전두환씨가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 헬기의 기관총 사격을 목격했다고 한 故조비오 신부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에 대해서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고소한 것이다. 이미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민사 재판이 이루어졌고, 전두환씨의 회고록 내용을 명예훼손이라고 인정, 7,000만 원 손해배상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형사에서도 허위 사실 입증은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전두환씨가 허위사실에 대해 고의를 부인할 것이라고 예측이 많다. 원래 사자명예훼손죄의 경우, 이전에는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미필적 고의로는 부족하고 확정적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학계 다수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2014년에 대법원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 허위성에 대해서 미필적 고의만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한 바 있기는 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자신의 입장에서 과거를 재구성하여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해석이 너무도 빠르고 손쉽게 다수에게 확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사자의 이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언론중재위원회 발간 <언론사람> 4월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