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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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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생각하는 불행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이다.'라고 했다. 달리 풀면, 어른들이 불행을 느끼는 이유는 정말로 다양하다. 일이 힘들어서, 상사가 지랄 맞아서,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신랑이랑 싸워서,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등등. 한 시간도 더 타자를 칠 수 있겠다.

  매일 아침 다섯 살 난 딸아이와 이제 돌이 지난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데 정말 전쟁이 따로 없다. 매우 진이 빠지는 일이다. 오전 재판이 있는 날엔, 마음이 더 급해져서, 말을 알아먹는 큰 아이에게는 아주 무더기로 당근과 채찍을 날린다.

  어느 날엔가는, 나의 사랑하는 딸이 정서적, 지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엄마가 바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아무개야. 엄마가 불쌍한 언니를 도와주러 가야 돼. 그러지 않으면 불쌍한 언니가 폴리한테 혼이 많이 나거든. 그러니 아무개가 좀 서둘러주면 어떻겠니?"  우리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엄마,  언니가 혹시 가족이 없어? 아니면 친구가 없나?"

  나는 이 아이가 자라서 어느덧 어떤 사람의 불운을 스스로 추리할 수 있는 머리를 갖게 된 것도 조금 놀랍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은, 아이가 생각하는 불행의 이유가  단순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행복과 불행의 이유는 어른에 비해 좀더 간결하고 순수하며 덜 세속적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그건 어른의 잘못이다. 가끔 삶이 지칠 때 딸아이의 말을 생각하며, 나는 위로를 받는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는데, 왜 한숨이냐. 힘내자,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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