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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포로수용소]를 다녀온 삼대의 서로 다른 기억

  여행은 삶이 가진 일반적인 특징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좋은 확대경이다. 사람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걸 경험해도, 다른 걸 느끼고 기억한다. 이번 거제포로수용소 여행에서도 그런 면이 있었다.

  2023년 봄에 우리가족과 친정부모님은 거제를 여행했다. 첫날의 일정은 거제포로수용소였다. 거제포로수용소 출입구 쪽에 가이드 선생님이 계시니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안내시간에 대한 공지라든가 이런 것들은 없었다. 설명을 들으려면 적어도 사무실 문을 두드려 가이드를 요청하는 적극성이 필요했는데, 처녀시절의 나라면 아마도 쑥스럽고 겸연쩍어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를 시키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고로 가이드선생님이 계실 것으로 짐작되는 사무실에 문을 두드려, 설명을 부탁했다. 살짝 나이가 있어뵈는 여자분이 설명을 해주셨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나의 적극성은 성공적인 거제포로수용소 탐방에 가장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나는 평가한다. 

  설명은 어떤 말을 붙여도 부족할 정도로 흡족했고 만족스러웠다. 나는 사실 6. 25 당시 거제에 포로수용소를 만들어서 북한군과 인민군을 포로로 수용해두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었다. 그곳에서 친공 북한군과 그렇지않은 북한군 간에 큰 갈등이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국제협약으로 그래도 포로들에 대한 대우가 그나마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사실도, 전쟁 이후 포로 중 일부는 돌아가고 일부는 남한에 남았으며 일부는 제3국인 인도에 갔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알았다. 역사 현장을 방문해 살아있는 지식을 배운 것이, 더불어 내가 (학창시절 좋아하지도 않았던) 역사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매우 들뜨게 했다. 또한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많이 제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편 친정엄마가 느낀 것은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엄마는 가이드 선생님의 나이와 직업을 눈여겨 보았다. '가이드라는 직업은 치매도 안 걸리고 참 좋겠다. 뭔가를 계속 외우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니 치매가 덜 걸릴거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아, 엄마는 저런 생각을 하시는구나. 엄마의 나이와 고민이 느껴져 조금 슬프기도 했다. 

  우리딸은 학교에 제출할 체험보고서에 또 다른 걸 써 놓았다.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들리는 전쟁 효과음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딸에게는 그 장소가 주는 강렬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뭔가 지식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랬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전쟁에 대한 공포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처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있지만 삼대의 생각과 느낌은 조금씩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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