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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맛없었던 음식점] 여행의 묘미

  마지막날 저녁을 먹기 위해 눈여겨봐둔 횟집에 갔다. 평일 저녁이라서 식사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예약이 꽉 차서 식사가 안 된다고 했다. 4명 테이블에 낑겨 앉겠다고 하자, 테이블이 작은 편이라 6명 식사를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회를 포장해주면 숙소에 가서 먹겠다고 하니, 스끼다시는 포장이 안되고 오로지 회밖에 포장을 못해주는데 만족도가 낮을 거라며 근처 다른 식당에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거절하니 다른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찾아간 곳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횟집(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정말, 맛이 없었다. 특히 매운탕은 정말 맛이 없었다. 그리고 비쌌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횟집을 유심히 관찰했다. 차의 속도가 있기 때문에, 동공을 있는 힘껏 크게 떴다. 저 곳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인지,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결과적으로 저기를 가면 나았을지 어땠을지 등을 가늠하면서. 그런데 남편도 나랑 같은 마음으로 다른 횟집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비싸게, 배는 부르게 먹고, 어둑어둑한 밤에 다른 식당들을 보며 곱씹는 우리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애정이 느껴졌다. 거제에서 먹었던 다른 음식점들은 다 맛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맛이 없었던 그 식당이다. 

  우리딸은 여행 후 심한 장염을 앓아 다음날 학교도 가지 못했다. 그 식당에서 먹은 산낙지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다른 가족들은 거의 먹지 않고 산낙지를 좋아하는 우리딸이 한 접시를 모두 해치웠기 때문이다. 고생을 잔뜩 한 딸은 다시는 산낙지를 먹지 않겠다고 한다. 

  별로였지만, 저마다에게 기억과 결심을 남긴 그 음식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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