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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Oct 10. 2022

41일

유니온의 울음

유니온이 세상에 나온 지 41일이 되었다.


내가 출근을 할 때에는 아내가 주로 유니온을 돌보기에(정말로 고맙게도!), 이번 연휴 동안은 내가 유니온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려고 하였다.


- 유니온이 눈물을 터뜨릴 때, 이제는 처음 만난 때처럼은 당황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가 울음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일부만을 이해할 뿐이다. 다만, 당황하지 않는 척을 하는 기술을 배웠다(그래야 아기가 더 심하게 울지 않는다고 들었다.).


가끔은 멈추지 않는 울음이 답답하고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울음 속에 악의나 거짓이 없다는 것은 생각하면 마음을 풀 수밖에 없다. 언어의 순도를 ‘내심의 의사와 밖으로 나온 표현 사이의 일치성’으로 표현한다면, 그의 언어는 순도 100%이다. 생존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단지 나와 구사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다(가끔 통역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가 표면적으로는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나와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의 언어 뒤에 감추어진 의도까지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토요일에는 아내가 잠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왔다. 몇 시간 남짓 자리를 비운 것이었는데,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육아의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내가 출근해서 없는 동안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 너무나 짧고 미미한 경험이지만, 게임 같은 것으로 비유하자면, 육아는 엄청나게 강한 상대방에게 한 방을 크게 얻어맞고 체력이 한 번에 줄어드는 상황보다는, 잘못된 아이템 같은 것을 주워 먹고(?) 매 시간 10%씩 체력을 잃어가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0에 가깝게 수렴하는 무한의 순간이 오기 전에 우리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회복하여 다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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