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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Oct 10. 2022

43일

대변과 서비스 만족도 조사

어제(42일)는 퇴근하고 돌아오니 유니온의 목이 완전히 쉬어 있었다. 하루 종일 잠을 안 자고 울면서 엄마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원래는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듯했던 목소리가, 처절함으로 변해버렸다.


- 최근엔 유니온이 분유를 먹으면서 배변활동을 하곤 한다. 한참 먹다가 먹기를 멈추고 힘을 주면서 온몸을 쥐어짠다. 얼굴도 새빨개진다. 힘을 주면서 마실 수가 없으니 분유를 먹이는 시간이 한참 늘어난다. 적절한 식사 매너가 아니라는 걸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 내가 집에 있을 때는 유니온이 대변을 보았을 때 가급적이면 물로 씻겨주려고 한다. 얌전할 때도 있지만 악을 쓰며 발버둥 칠 때도 있다. 발버둥 치다가 가끔 세면대 수도를 돌려버리거나 꺼버리기도 한다. 뜨거운 물 쪽으로 돌리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 오늘(43일) 아침, 대변을 본 유니온을 씻겨주고 있었다. 갑자기 자동차 정비를 받고 나면 걸려오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 전화가 생각나, 엉덩이의 물기를 닦아주면서 유니온에게 말을 걸었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혼잣말은 아니니까.).


“씻김 서비스입니다~ 나중에 서비스 만족도 조사 시에 별점 5점 부탁드립니다~”


그 순간 유니온이 “어 응”하는 (실제로는 아무 의미 없는) 대답을 하였고, 베이비타임 어플에 그 사실을 기록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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