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2장. 비를 맞으며 달리는 새벽

by 오구TREE

예고 없이 눈이 떠진 건 아침 여섯 시였다.

알람도, 약속도 없었는데 어쩐지 번쩍 눈이 떠졌다.

창밖은 온통 회색빛.

전날 밤까지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 했지만

아직은 적막한 구름만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몸을 일으켰다.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신발 끈을 조이며 마음속으로 목표를 그렸다.

8킬로미터.

이상하게도 확신 같은 게 있었다.

오늘은 뛸 수 있겠다는.


달리는 동안 거리는 조용했다.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새벽.

회색빛 하늘 아래 도시가 아직 잠든 그 틈을

내가 가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4킬로미터 지점에서 방향을 바꿨을 때,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척도 없이 조용히 스며들 듯 내리던 비는

어느 순간 점점 굵어졌다.

모자챙 위에 맺힌 물방울을 손끝으로 털어내며

계속 달렸다.

희미하게 젖어드는 옷, 차가워지는 피부, 그 와중에도 안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시원한 감각.

달리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세상은 조용히 쏟아지고 있었고

나는 그 안을 꿋꿋이 가로질렀다.


7킬로미터를 넘긴 시점, 비는 본격적으로 퍼부었다.

몸은 이미 흠뻑 젖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행복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목표가 몇 킬로인지도

얼마나 남았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8킬로미터.

짧은 환호와 함께 멈춰 선 순간

숨은 거칠었고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의 감정만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해냈다.”


2주 만의 장거리 러닝.

비를 맞으면서도 완주한 이 아침은

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을 선물했다.

마치 삶이 아주 작은 기척으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다시 나아가도 괜찮다고.

그리고, 그걸 믿고 또 한 발 내딛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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