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달리기는 언제나 걷는 데서 시작된다
어느 날 허리를 삐끗했다.
그게 이렇게까지 큰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앉아도 아프고, 서 있어도 아프고, 누워 있어도 아팠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병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
그 길을 채 반도 걷지 못했다.
한 걸음, 두 걸음—그게 전부였다.
걸을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앗아갔다.
그날부터 나는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엉금엉금, 벽을 짚고, 천천히.
걷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30분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숨이 찼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그날 나는 처음 달렸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이제는 달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그 순간이 조금 벅찼다.
이제는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숨은 금세 차올랐다.
1km를 달리고는, 그게 전부였다.
‘다 했다’며 집으로 돌아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었다.
겨우 1km를 뛰었을 뿐인데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겨우 달렸을 뿐인데, 온 세상을 다 달린 것처럼 느껴졌다.
힘들었고, 땀범벅이었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가 아닌 달리기를 성공했다는 느낌.
그리고 허리가 아프지 않다는 감각.
그 두 가지가 나를 살게 했다.
그래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공원으로 나갔다.
1.5km, 2km,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고
기어코 5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송도 국제 마라톤 대회의 5km 부문에 참가했다.
기록도 재주지 않는,
그저 ‘완주’만으로도 충분했던 내 첫 번째 대회였다.
달리기는 그렇게, 걷는 데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