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13장. 달릴 수 있게될 나를 위해

by 오구TREE

컨디션이 유난히 좋지 않은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몸이 유독 무거운 날.

졸음이 쏟아져 책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는, 그런 날 말이다.


그래서 누워있고만 싶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어 백만 번은 고민했다.

‘운동을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늘은 수퍼에고가 이겼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릴 채비를 마쳤다.

경비실 앞 작은 공간에서 준비운동을 하면서도 다시 고민했다.

‘그냥 다시 들어가버릴까.’

또다시 수퍼에고가 이겼다.

시계를 켜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조깅을 시작하고 300m쯤 갔을까.

머릿속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몸이 너무 무거운데 그냥 걸을까.’

하지만 오늘은 초자아가 어찌나 힘이 센지, 계속 달렸다.

그리고 그 뒤로는 고민을 멈췄다.


머릿속 전쟁이 끝났음을 선언하고 나를 몰아붙였다.

평소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호흡은 거칠었고 발이 땅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리듬을 찾고 싶었지만 이내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3km를 달렸다.

조금 더 힘을 내서 5km를 채울 수도 있었지만 종아리가 말을 듣지 않아 멈췄다.


오늘 나를 몰아붙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대회날이라고 해서 컨디션이 항상 좋을 거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에서도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었다.

100kg에 가까운 헤비러너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핸디캡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운동에 익숙한 몸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몸무게와는 별개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반기에 두 개의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짧은 거리라도 꾸준히 달리고 있다.

이렇게 쌓은 마일리지가 대회 때 빛을 발하길 바란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몸이 가볍겠지.

조심스레,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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