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13장. ‘혼자’ 달리기 시작한 ‘우리’

by 오구TREE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마음 편히 모일 수 없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팀 스포츠는 설 자리를 잃었고 대신 주목받기 시작한 건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혼자 할 수 있는 러닝이었다.


자가 격리라는 낯선 시간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당연했던 ‘밖으로 나가는 자유’를 갈망했다.

그 열망은 거리로, 공원으로, 강변으로 쏟아져 나왔다.

러닝과 조깅, 말 그대로 붐이었다.


한때 40~5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달리기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젊은 세대로 스며들었다.

러닝 시장은 커졌고 스포츠 브랜드들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중심이던 시선은 어느새 호카오네오네, 브룩스, 온 같은 브랜드로 확장되었고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발 빠르게 이들을 받아들였다.

조금 더 ‘나에게 맞는 러닝화’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누구보다 트렌디하게 러닝을 하고 있었다.


펜데믹이 끝나면 다들 다시 흩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사람들은 모이기 시작했고, ‘러닝 크루’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이전처럼 모여 마시고 떠드는 게 목적이 아닌,

함께 달리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

쿨하고도 담백한 모임.

그런 러닝 크루는 동네마다, 수준별로, 정말 우후죽순 생겨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달리기,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던 사람들 사이에도

‘올바르게 달리는 법’에 대한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러닝 클래스가 생겨났다.

원데이 클래스부터 마라톤을 목표로 한 롱텀 클래스까지,

커리큘럼은 점점 정교해졌고,

프로 러너들은 이때다 싶어 앞다투어 클래스를 열었다.

줄줄이 매진.

클래스와 크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제

각기 다른 브랜드의 형형색색 러닝화를 신고 있었고,

그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마라톤 대회?

한때는 어르신들의 축제 같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힙하게’ 대회를 모집하고

조금만 늦으면 접수 광탈이다.

우리나라 3대 메이저 마라톤인

동아일보 서울 마라톤,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중앙일보 JTBC 마라톤도

신문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으로 젊은 층을 끌어모은다.

정작 4050은,

“언제 접수했어?” 하며 뒤늦게 알게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달리기는 늘 혼자 시작하지만,

어느새 옆에 누가 있다.

같은 속도로, 같은 숨소리로 달리는 사람들.

혼자여도 좋고, 함께라 더 좋은

이 시대의 새로운 움직임,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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