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달리게 될 줄은 몰랐어
나는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도 한 번도 3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다.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뤄 뛰는 달리기에서 내가 가장 잘 뛴 성적은 4학년 때의 4등.
그 외에는 늘 5등이었다.
그래도 매번 꼴찌는 면했던 것이, 나름의 위안이었다.
두 살 무렵부터 나도 걷고 뛰었지만,
그보다는 앉아서 책 읽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조용히 책을 넘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나는,
운동신경이라고는 타고난 게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달리게 된 데에는 아주 분명한 계기가 있다.
대구가 고향인 나는 대학원 진학을 핑계 삼아 인천으로 올라왔다.
낯선 도시에서 짐을 싸고 풀던 중, 허리를 다쳤다.
병원에서 들은 진단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척추 3, 4, 5, 6번 모두 디스크가 있고, 그중 5, 6번은 터져버린 상태.
당장 혼자 걷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나으면, 뛰어봐라.”
처음엔 헛웃음이 나왔다. 걷기도 힘든 내가 뛴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걸어야 했다.
병원까지 편도 12분 거리.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던 그 길을,
3분 걷고, 5분 걷고, 그렇게 연습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걷는 시간이 늘어났다.
마침내 혼자 병원에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 뛰어볼까?’
속도라기보다는 용기에 가까운 첫 걸음.
회전초밥처럼 운동장을 돌던 어르신들만큼이나 느릿한 속도로
조금씩, 정말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3km를 채운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
다음은 마라톤이었다.
송도 국제 마라톤 대회, 5km 부문.
기록증도 주지 않는 가벼운 코스였지만,
나는 며칠 전부터 긴장하고 또 긴장했다.
그저, 무사히 완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뛰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으며, 숨을 고르고 발을 딛었다.
그날, 피니시 라인을 밟는 순간의 감정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단 5km였지만, 나에게는 아주 큰 한 걸음이었다.
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나는 점점 더 나아갔다.
7km, 10km… 내 발자국이 이어지는 거리만큼,
마음도 단단해졌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산을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