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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률 Jun 18. 2024

님아, 그 차선을 타지 마오

분명 차선은 두 개인데 모든 차가 한 차선으로만 달릴 때가 있다. 뚫려 있는 차선이 탐나긴 하지만 본능적으로 다른 차들을 따라가기로 한다. 이럴 때 100에 80은 잠시 후 "차로 감소"라는 안내가 나온다. 

지금보다 더 초보일 때는 내비게이션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기도 바빠서 차선을 미리 바꿔놓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남들은 우회전 후에 자연스럽게 왼쪽 차선으로 옮겨 가도, 나는 내가 이미 달리고 있는 곳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얼마 안 가 차선이 사라진다는 걸 알고는 허둥지둥 대곤 했다. 꽤 자주 덩그러니 깜빡이를 켜고 누가 양보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내비게이션이 "잠시 후 차로가 감소하오니 남들 따라서 차선 옮기세요!!"라고 알려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쎄-' 함을 탐지하는 감각을 갖췄다. 잘 모르겠을 때는 일단 다른 차 뒤에 함께 줄을 선다. 껴드는 것보단 빠져나가는 게 눈치도 덜 보이고 쉬우니까.


그렇게 줄 서 있다 보면 뒷모습만 봐도 초보운전인 차가 갈팡질팡하면서 빈 차선으로 달려간다. 


님아, 그 차선을 타지 마오.




초보가 아니라도 초행길에는 어디서 차로가 감소하는지 감이 안 오곤 한다. 염창역, 양화교를 지나 달리다 보면 성산대교로 빠지는 분홍색 차선이 두 개 생긴다. 내비게이션에서도 분홍색 차선이라고만 알려준다.



그런데 이 두 차선은 곧 하나로 합쳐진다.



이럴 거면 한쪽에만 분홍색 표시를 해뒀으면 덜 헷갈렸을 텐데. 이 길을 처음 달릴 때는 내비게이션 말만 듣고 1차선으로 신나게 달리다가 급하게 차선을 바꿨더랬다.




간혹 자신 있게 빈 차선으로 쌩- 달리는 차가 있다. 머뭇거림 없이 빠르게 제치고 나가서 차로가 사라지기 전에 물 흐르듯 원래 차선으로 컴백한다.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았고 도로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운전자가 길눈이 밝고 운전도 능숙하니 잘 된 일이다. 그렇지만 내 앞으로 끼어들 때 괜히 새치기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몰라서 저 분홍색 2차선으로 달리는 게 아닌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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