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출근하는 날이면 서울 운전자들이 발휘하는 센스에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회사에서는 만나고 싶어도 팀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게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다는 줄임말) 팀원인데. 다들 능력을 숨기고 있다가 도로에서만 보여주나 보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다 보면 다른 곳에서 오던 차선이 만났다가 다시 갈라지는 합류 구간이 있다. 여기서는 좌측 차선에서 오던 차와 우측 차선에서 오던 차가 각자 행선지에 따라 순서대로 접촉하지 않게 조심히 맞물려 들어갔다가 자연스럽게 왼쪽과 오른쪽 차선으로 갈라져 가야 한다.
요즘 내가 자주 달리는 경로에 이 구간이 있다. 당산역 쪽 노들로에서 올림픽대로, 여의도 방향 도로로 진입해서 조금만 가다 보면 올림픽대로에서 빠져나온 차들과 만나게 된다.
만나자마자 나는 올림픽대로를 타기 위해 왼쪽 차선으로 나가야 하고 올림픽대로에서 빠져나온 차들은 보통 오른쪽 차선으로 나간다.
평소에는 깜빡이 없이 차선 변경하는 차들도 아마 여기선 갈림길에 진입하기 전부터 키면서 올 것 같다.
'나는 왼쪽으로 가려구!'
'나도 왼쪽!'
'나는 오른쪽 갈 거야!'
여기서는 최소한의 양보와 기다림만 허용된다. 운전자들은 서로 눈짓이라도 한 마냥 눈치껏 순서를 정해서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각자 갈 길 간다.
서울 사람들이 이렇게 상식적이고 빠릿빠릿했나.
아침에 지하철로 통근할 때면 안 그래도 출근해야 해서 언짢은데, 센스 없는 사람들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질 때가 잦다. 예를 들면 승객이 우르르 내리는 환승역인데도 내렸다가 타기보다 굳이 문 앞에서 통로를 방해하며 서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힘든 출근길에 어깨에 힘주고 버티기보다는 몸을 흐름에 맡기고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탈 수도 있을 텐데.
안전제일! 아무리 작다고 해도 사고 나서 좋을 거 하나 없으니까 아껴놨던 센스를 운전대 뒤에서 다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