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말

by 쓸모

평소 아침잠이 없는 편인데 한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피곤했는지 평소와 다르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최근 침낭이 필요할 일이 생겨서 알아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침낭으로 하나 구매해서 침낭 안에서 요즘 밤 자는데 꽤나 괜찮다. 군대에서도 침낭 없으면 잘 못 자는 편이기도 해서 전역할 때는 군대에서 쓰던 침낭을 들고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새벽에 배송된 택배가 생각이 나서 정리부터 하고 박스 정리도 할 겸 쌓여 있던 쓰레기도 같이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어 외출할 때 한 번에 버리기로 하고 버릴 것들을 정리했다.

샤워를 하고 단백질 그래놀라와 삶은 달걀 두 개 그리고 요플레를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한동안 날씨가 계속해서 추웠는데 이날 날씨는 따뜻하고 포근했다. 어디로 갈지는 계획도 없이 가방에 아이패드와 노트와 펜 그리고 이클립스를 챙기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갔다. 점심시간과 오후 사이 카페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로 붐볐다. 햇살이 강렬해서 창가 쪽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기 편한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피로가 쉽게 안 풀려서 콜드브루 두 잔을 주문하고 올라왔다. 오후 내내 책을 읽다가도 카페 창밖 너머에 보이는 바다와 윤슬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콜드브루와 함께 있던 얼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아서 부피가 줄어들고 있었다. 오늘따라 카페에 혼자서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면서 분주했던 일상을 잠깐 내려놓고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식이라고 느끼면서 커피를 홀짝 마신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들이킨 커피가 목에서 넘어갈 때 기억엔 남는 것들과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은 사람과 관계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면서 생각하는 갓보다 누군가와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도 필요 이상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관계는 어느 정도 거리 유지가 필요하고 그 거리를 조절하는 것도 의지와 별개인 부분들도 있지만 그 또한 조절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람을 상대하고 그 넘어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을 때 발휘된다. 사람들의 말로 곱씹게 되거나 때때로 피곤함을 느낀다는 건 드러나는 나의 행위의 결과로 형성된 이미지로부터 다른 사람의 판단과 생각으로 흘러나온 말이어도 거리 조절이 필요하고 감당해 나갈 부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과 행위이라는 것은 결과로 이어지고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렇게 잠시 동안 생각을 하고 스치는 생각들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의 말로부터 야릇하게 마음과 영혼에 긁히고 있었다는 것과 말은 사람과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검이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날카로운 검이구나 하는 생각이 심상에 떠올랐다. 누군가로부터 나의 영혼이 살아나는 말만 듣고 살아갈 수는 없으나 누군가의 영혼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어쩌면 매 순간이겠지만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사람은 말에서 희락과 슬픔을 느끼고 하루를 살아가고 순간의 선택을 내리는 데 있어서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나 마음을 넘어 영혼이 존재한다. 오늘 같이 바다 위에서 빛나는 윤슬과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처럼 사람은 말 하나로 누군가의 하루와 영혼 그리고 삶을 살리는 그런 게 삶이고 관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오후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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