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멀어진 것은 책과 글이다. 일상을 살아내기만 하는 것도 버겁고 피곤한지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 그렇게 하루가 가버리는 가장 원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유의미하고 끄나풀을 잡아주는 것은 러닝과 산책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거의 매일 걷거나 뛴다. 집에 돌아오면 캔들과 디퓨저 옆에 가지런히 있는 책들은 쳐다도 안 보고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낼 때가 많다. 책도 멀어져 동시에 글과 멀어지다 보니 노트북과 태블릿은 유튜브 시청용이 되어버렸지 가구나 다름이 없다. 거기에 브런치에서도 부지런한 알람으로 구독자를 위해 글을 발행하라고 재촉을 한다. 브런치 알림이 울릴 때마다 초고속으로 회피하고 만다.
새벽에 운동을 갔다가 미리미리 해놓자는 생각으로 빨래를 돌렸는데 실수로 생활한복을 같이 돌리는 바람에 아끼는 축구 유니폼과 얼마 전에 새로 산 양말이 생활한복에서 빠져나온 먹물로 더럽혀지고 유니폼은 심지어 로고마저 떨어져 나갔다. 빨래가 끝나고 확인했을 때 한숨을 여러 번 내뱉었지만 내가 한 행동이자 판단이었기에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건조기에 넣었다.
토요일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사과를 먹으며 노트북을 열고 앉았다.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캔들과 디퓨저 향이 방안을 감싸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자리다. 집에 있을 때는 안경을 벗어두고 생활을 하는 편인데 노트북을 보자마자 바로 안경을 썼다. 밖에 날씨는 포근하면서도 바람이 많이 불어 약간은 추워서 열어놓은 창문도 다시 닫았다. 평소의 토요일 같았으면 책이나 아이패드를 챙겨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간에 어제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은 일정이 있어 애매한 시간대에 해결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보내는 중이다. 사과는 벌써 다 먹어가고 커피도 서서히 식어간다. 평소 계획을 하는 편이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즉흥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향인데 때마침 집에서 나가기 전에 돌리고 있던 빨래 건조도 끝날 것 같아 빨래도 개고 나가면 될 것 같다. 작고 사소한 순간이지만 계획이 계획대로 된다기보다 어떻게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마침 그런 순간이었다.
그리고 책과 글보다 더 빠진 것이 있는데 바로 마라탕이다. 마라탕을 시켜 먹는 것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왜 먹는지도 의아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마라탕 특유의 맵기와 얼얼한 맛 그리고 양에 비한 가격이 사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알게 된 유튜버 영상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그 유튜버가 자칭 최고의 음식이 마라탕이라며 거의 모든 영상에서 마라탕을 먹는 영상이 담겨있어 영상을 보다 보니 마라탕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배달로 마라탕을 신중하게 주문해서 먹었는데 맵지도 않고 얼얼하지도 않은 마라탕은 정말 맛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발행과 기록을 남기고 잠깐 볼일을 보고 돌아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야구 경기를 보면서 마라탕을 먹을 생각이다. 사실 이틀 전에 가까운 지인 생일파티로 저녁에 마라탕을 먹었었다.
오늘 하루 정도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만나기보다 혼자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상 일주일 내내 사람을 만나고 마주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새벽에도 이미 사람들을 또 만나고 왔기 때문이다. 저녁부터 오늘이 가기까지 마라탕을 먹으며 온전히 쉬는 방식도 원하는 일상이기도 하다.